봄부터 무름, 부름, 푸름, 뿌름으로 변화를 본다. 아주 연약한 새싹이 딱딱한 땅의 표면을 뚫고 나오고, 푸르게 그리고 짙은 녹음으로 무성하여 그늘을 만들어 주던 나무들은 어느듯 가을이 되면 무겁고 두터운 옷을 벗는다. 인천강을 따라 서해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북풍한설의 매서운 칼바람에 온몸이 시리고 아플텐데도 두꺼운 옷을 모두 벗는다.
겨울에 홀로 푸르기에 독야청청하다는 푸른 소나무는 옷을 벗지 않기에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머지 나무가지는 땅으로 축쳐지고 결국 극한점에서 자신의 어깨를 꺾어 무거운 짐을 덜어낸다. 그러나 소나무 밑의 나무들은 모두 옷을 벗었기 때문에 눈이 아무리 많이 내려도 가지 꺾일 이유가 없다. 매서운 칼바람을 한철만 견디어 내면 따뜻한 봄 기운을 맞이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추위를 조금도 겁내지 않는 것 같다.
인생의 저녁 무렵을 맞이한 나는 매일 몸을 가볍게 해야함을 이 추우 겨울에 나무로부터 배우고 있다. 가진 것도 하나씩 보내고 몸도 마음도 가볍게 하고 있다. 나뭇잎을 모두 내려놓고 추운 겨울과 눈의 무게를 이기는 나무들처럼 나의 인생의 저녁은 춥고 쓸쓸하다할지라도 매일 생각까지도 내려놓고 더 가볍게 하고 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면 된다.
그림 1은 조진기 화가가 그린 세구나 병바위와 소반바위와 존좌바위
그림 2는 염재 송태회 선생의 호암실경도(병바위 실재의 모습)
그림 3은 그린 이를 알 수 없는 병바위 한국화
사진 4는 북쪽에서 찍은 병바위
다같이 병바위를 그렸는데 보는 각도와 시각에 따라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사진 5,6은 내가 사는 숲의 소나무들이 눈의 무게 때문에 누워있다. 나는 병바위 옆 소나무 숲속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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